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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칭구 문화 산책

딸에게 바치는 나태주 시집 -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by 달님칭구 (Dalnimchingu) 2024.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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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은 받는 나태주 시인, 그가 자신의 딸과 대한민국의 모든 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쓴 시 100편을 모아 만든 시집이 바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라"라는 시집이다.

 

아버지로서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짧지만 감동적인 언어가 담긴 시(詩)로 풀어낸 그의 사랑이 있었기에 시집을 읽는 동안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 둔 사람이면, 꼭 한번 이 시집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전해 보길 바란다.

 

딸에게 바치는 나태주 시집 -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나태주 시인의 에필로그 중

딸아 딸들아, 네가 있어 너희들이 있어 아비의 생은 조금쯤 더 부드러워질 수 있었고 조금쯤 더 따뜻해질 수 있었고 조금쯤 더 넉넉해질 수 있었단다. 고맙구나, 딸아. 너를 나의 딸로 세상에 만난 행운에 대해서 감사한다. 너로 해서 나의 세상은 다시 한 번 좋았구나.

(중략)

되풀이하는 말이다만 아비는 이다음에 어두운 밤, 별이 되어 너를 내려다볼 것이다. 너를 지켜볼 것이다. 네가 어느 날 혼자서 고달프게 밤길 걷다가 문득 누군가 바라보는 것같이 느껴져 하늘의 별을 우러를 때 거기 가장 빛나는 별이 하나 있거든 그 별 속에 아비의 마음이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어다오.

 

 

너에게 감사 - 나태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단연코 약자라는 비밀

 

어제도 지고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는 일방적인 줄다리기

 

지고서도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 않고

홀가분하기까지 한 게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지는 사람이

끝내는 승자라는 비밀

 

그걸 깨닫게 해준 너에게

감사한다.


까닭 - 나태주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어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랴!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하는 까닭이다.

 


선물 - 나태주

 

선물을 주고 싶다고?

선물은 필요치 않아

네 얼굴과 네 목소리와 너의 웃음이

나에겐 선물이야

너 자신이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직 하나뿐인 선물이야

 

네가 그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행복 1 - 나태주

 

1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뚱뚱한 아내를 바라볼 때

잠시 나는 행복하다

저의 엄마에게 긴 머리를 통째로 맡긴 채

반쯤 입을 벌리고

반쯤은 눈을 감고

꿈꾸는 듯 귀여운 작은 숙녀

딸아이를 바라볼 때

나는 잠시 더 행복하다.

 

2

학교 가는 딸아이

배웅하러 손잡고 골목길 가는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서

꼭 식모 아줌마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려 주면서

나는 조금 행복해진다

 

딸아이 손을 바꿔 잡고 가는 나를

아내가 뒤따라 오면서

꼭 머슴 아저씨가

주인댁 아가씩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림을 당하면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진다.

 


스타가 되기 위하여 - 나태주

 

별은 멀리 아주 멀리에 있다

별은 혼자서 반짝인다 언제나 외롭다

사람도 마찬가지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외로워야 한다

멀리 있는 것을 그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어야만 하겠지

아니야, 자기한테 자기가 슬그머니 져줄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어야 할 거야

그러고 나서도 스스로 충분히

반짝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할 거야

 

스타가 되고 싶은 딸아,

어두워지는 밤이 오면 하늘을 보거라

저기, 아빠가 너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마음의 용수철 - 나태주

 

사람의 마음은 이상한 용수철 같다

감으면 풀리는 용수철이 아니라

풀어놓으면 어느 사이

저절로 감기는 그런 용수철 말이다

미워하는 마음이 그렇고

섭섭한 마음이 그렇고

슬픈 마음 외로운 마음이 그렇고

너 보고 싶은 마음이 또 그렇다.

 

딸과 아빠 - 나태주 시인


아버지 - 나태주

 

왠지 네모지고 딱딱한 이름입니다

 

조금씩 멀어지면서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이름입니다

 

끝내 세상을 놓은 다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이름이기도 하구요

 

아버지, 이런 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마음속으로 당신 음성을 기다립니다.


인생 - 나태주

 

화창한 날씨만 믿고

가벼운 옷차림과 신발로 길을 나섰지요

향기로운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따라

오솔길을 걸었지요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길

막판에 그만 소낙비를 만났지 뭡니까

 

하지만 나는 소낙비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날씨 탓을 하며 날씨한테 속았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좋았노라 그마저도 아름다운 하루였노라

말하고 싶어어

소낙비 함께 옷과 신발에 묻어온

숲 속의 바람과 새소리

 

그것도 소중한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었으니까요.

 


능금나무 아래 - 나태주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손을 잡았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손을 잡은 것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어깨에 몸을 기댄 것이다

 

그것은 푸르른 5월 한낮

능금꽃 꽃등을 밝힌

능금나무 아래서였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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