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 켠에 놓여 있던 책꽂이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오랜 된 나의 책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박광수 엮음 / 박광수 그림)". 이 책을 읽었던 순간들이 문득 머리 속을 스치면서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어느 날 오후 나는 테라스에 앉아 시가 주는 감동의 물결 속에서 헤엄치면 편안하게 놀 수 있었습니다. 감성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박광수씨가 직접 선정한 아름다운 시들을 모아 엮은 책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오늘은 이 책 속에 숨겨져 있었던 아름다운 시 5편을 당신에게 선물하고자 합니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부처님 오신 날이지만 당신의 마음만은 흔들림없이 평안하길 바라겠습니다.
No | 시 제목 | 시인 |
1 | 인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2 | 슬픔 | 다나카와 슈운타로 |
3 | 농담 | 유하 |
4 | 토끼풀 | 김윤현 |
5 | 편지 | 하인리히 하이네 |
좋은시 ① : 인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좋은시 ② : 슬픔 - 다니카와 슈운타로
저 파란 하늘의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언저리에
무언가 엉뚱하게도 분실물을
나는 놓고 와버린 것 같다
투명한 과거의 역에서
분실물 담당자 앞에 섰더니
난 쓸데없이 슬퍼지고 말았다
좋은시 ③ : 농담 - 유하
그대 내 농담에 까르르 웃다
그만 차를 엎질렀군요
· · · · 미안해 하지 말아요
지나온 내 인생은 거의 농담에 가까웠지만
이 순간, 그대 재스민 향기 같은 웃음에
내 마음 온통 그대 쪽으로 엎질러졌으니까요
고백하건대 이건 진실이에요
좋은시 ④ : 토끼풀 - 김윤현
삶이란 원래
자잘한 걸
삶이란 처음부터
일상적인 걸
촉촉한 손을 내밀어
꼭 잡아주면
이렇게 행복인 걸
세 잎이면 어떻고
네 잎이면 어떠리
바람이 불면
같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 끝에 오는 슬픔도
같이하면서 함께 일어선다
옹기종기
좋은시 ⑤ : 편지 - 하인리히 하이네
당신이 보내 준 편지를
나는 마음에 두지 않으렵니다.
당신은 쓰셨어요,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하지만 그 편지는 너무 길었지요.
열두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정성스레 깨끗이 쓴 글씨.
진정 당신이 나에게 싫증이 났다면
이토록 세심하게 쓸 리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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