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학 장르 중에서도 시만큼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을 알게 해 주는 문학 장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시집을 곁에 두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사람이 그리울 때 읽으면 좋은 시 6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사랑을 통해 알게 되는 행복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들을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시를 읽으며 가슴 깊이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최고의 사랑시를 당신의 가슴으로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시인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문득 - 정호승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 양애경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서 멈춰 서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 안녕, 오랜만이네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 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오래 고통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지점인 이 생이 아닐지라도
장 가,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 이정하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 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토요일 아침 신문을 읽으며 - 윤석산
토요일 아침, 조간신문 토요 섹션을 본다.
신문 첫 면에는 한쪽 팔이 없는 부인과
한쪽 다리를 못 쓰는 남편이 서로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서 있다.
신문을 넘기고 넘겨
맨 마지막 면에 이르면, 팔십 세 소년이
팔십 세 소녀 부인의 손을 잡고 빙긋이 웃고 있다.
손을 잡으면, 누구나 웃는구나
손을 잡으면 누구나 마음이 환해지는구나
팔이 한쪽 없어도, 한쪽 다리가 불편해도
나이가 팔순이 넘어도
손을 잡으면 누구나 세상을 향해 웃을 수 있구나
그래서 세상의 앞면과 뒷면 모두를 장식하는구나.
토요일 싱그러운 아침을 열며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이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사람의 손을 잡고
활짝 웃으며 걸어 나온다.
팔순이 훨씬 지나도 수물같이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계면쩍음도 없이 서로 손 꼭 잡고
한 장 한 장 또 한 장 세상 넘기고 계신다.
너의 이름을 부르면 -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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