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것을 "영혼의 돌봄"이라고 말하는 류시화 시인의 시를 읽으면 정말 내 안의 영혼들이 되살아나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언제나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하는 류시화 시인. 그 바람이 깃들여 있는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시를 넘어 문학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기 충분하다. 오늘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류시화 시인의 아름다운 시 3편(첫사랑 / 빵 / 짧은 노래)을 읽어보고 당신의 영혼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빵 - 류시화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짧은 노래 - 류시화
벌레처럼
낮게 엎으려 살아야지
풀잎만큼 높일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벌레처럼 어디서든 한 철만 살다가야지
나를 아파하지 말아야지
다만 무심해야지
울 일이 있어도 벌레의 울음만큼만 울고
허무해도
벌레만큼만 허무해야지
죽어서는 또
벌레의 껍질처럼 그냥 버려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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